
부쩍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최근 마스크를 꼭 써야하는 배경이 생겨나기 전부터 그렇게 느꼈다. 굳이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냐는 반응이 돌아올 때 마음이 불편하다. 상대가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고, 원래 진중하지 못한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다.
이를 뭐라 하기 어려운 것이, 일단 자기 시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만나서 소통한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메신저로도 충분히 교류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섬세해지는 이모티콘은 볼 때 마다 놀랍다. 또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이 어디 보통인가. 날짜, 시간, 장소 정하자고 고민하는 에너지가 다 소모비용이다. 다만 사람들이 대면소통 자체를 어려워 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대면소통의 장점이야 식상할 정도로 많다. 사람은 대부분의 정보를 비언어적 단서로 얻는다. 한 사람의 모습과 표정, 행동, 습관, 취향과 접촉해 그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획득한다. 반면 그만큼 상대에게 다양한 정보가 흘러 들어가 이상한 말을 듣거나 상처받을 위험이 있다. 한편 메신저 소통은 이를 극도로 제한해, 보여지고 싶은 면만 편집해 내보낼 수 있다. 훨씬 안전하다. 게다가 즉문즉답할 필요도 없으니, 부담이 덜하다. 대면소통을 꺼려하는 경향은 결국 관계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은 만큼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화라고 해봐야 안전성이 확보된 가십거리를 나누는 정도다. 의견을 나누더라도 '나는 이래, 너는 그래?' 식의 입장차이에서 그친다. 나는 단연코 SNS를 통해 설득과 타협이 이루어지는 걸 본 적이 없다. 사람관계는 입체적인데 반해 메신저는 너무나 평면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의 말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인지 분간한 뒤에 그 말에 귀기울인다. 그릇을 먼저 보고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메신저는 그 사람을 감춰버린다. 판 자체에 불신이 깔려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아무리 이야기 나눠 봤자다. 대면소통이 가능한 사람 간의 메신저 활용은 소통 방식의 다양화가 맞지만, 메신저에 의존한 소통은 그냥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일단 만나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린다. 메신저로 열흘 동안 지지부진하게 붙잡고 있을 내용을 30분만에 끝낼 수도 있다. 또한 표정과 어감, 동작으로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데, 이게 메신저로는 불가능하다. 그냥 써도 'ㅎㅎ'이고 진심으로 미소지어도 'ㅎㅎ'이다. 결정적으로, 상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볼 수 있다. 태도는 연기 할 수 없다. 이것만 한 판단의 근거가 대체 어디 있는가.
문제는 대면소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전면적으로 소통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심리적 상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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