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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어쩔 방도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대체로 관계맺음에 대한 태도나 방법론의 문제로 발생하는데, 이는 관계맺기 전략을 수정하고 평소의 감정을 되돌아 보는 등 마음을 조금만 쓰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두손 두발 다 들어야 하는 상황 말이다. 상대가 진실로 관계맺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다 접고 얼른 떠나야 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정체성을 신념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세계를 인식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은 부차적이거나, 최선을 다한다 해도 두번째일 것이다. 그 신념에 자신도 동의하고 그 세계관에 따라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 체념해야 한다. 또 자신의 유년시절의 상처 또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도 진실로 관계맺을 준비가 되지 않은.. 더보기
#23 사람관계는 계절과 같아서 계절은 언제나 흐른다. 우리네 관계도 언제나 흐른다. 내 곁에 사람들이 언제나 머물러 있을거라 믿으면 후에 마음이 크게 다친다. 사람을 의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결국 자기 손해로 돌아온다. 마음을 크게 먹고, 무엇인가에 기대어 살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악해서가 아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다. 사실 모두가 그렇다. 자신을 버릴 수 없기에 관계를 버린다. 그걸 어찌 손가락질 할까. 버릴 수 있다면 다시 얻을 수도 있다. 흐르고 흐르다 때론 계곡물처럼 다시 이어진다. 다른 길을 거쳐 흐르다 바다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무성한 잎사귀 같이 푸르르던 관계가 황망하기 그지없이 추락해도, 초라함은 흘러 다시 새순이 솟는다. 순환은 감옥인 동시에 출발이다. 무언가.. 더보기
#21 자기관리와 인간관계 인간관계는 성격으로 결정될 것 같지만, 자기관리의 여부와 정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자기관리에 엄격한 사람이 의존적이긴 힘들다. 또한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돌볼 수 없다. 인간관계를 잘 누리고 싶다면, 자기관리는 필수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관리는 꼭 시간관리나 계획수립에 국한되지 않는, 나의 감정과 행동을 잘 컨트롤하는 통제력을 말한다. 인간관계에서 통제력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하나는 평정심이고, 다른 하나는 경계다. 인간관계는 비교, 평가, 기대, 권력, 낯섦, 불규칙이 뭉뚱그려진 교통의 장이다. 어떤 상태로 임하든 가만히 지키고 서 있기가 힘들다. 이때 평정심은 상대의 태도나 모임의 분위기, 환경에 휩쓸리지 않도록 돕는다. 도로위의 차선과 같이, 내가 이 상황.. 더보기
#18 간단한 선택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면 간단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면 된다. 일단 운을 뗐으면 제대로 끝맺을 수 있어야 한다. 문장 자체가 비문이거나, 끝을 얼버무리거나, 나중을 기약하는 말이 나오면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을 던진 것이다. 도대체 나중에 또 언제 보게 될까? 그리고 명확하고 구체적인 단어를 써야 한다. '혁신', '개혁', '성장', '변화' 이런 멋진 말은 실속 없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바꿀 건지는 이미 결정했어야 한다. 사람을 만났으면 그것을 여지없이 던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여전히 저런 추상적인 말만 던진다면 아마 몇년 후에도 뜬구름만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고유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남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펼치는 사람은 .. 더보기
#17 대뜸 전화하지 않는다. 정말 막역한 사이라면 모를까 대뜸 전화하는 건 무례한 행동이다. 과장하면 지금 네가 필요하니 너는 즉시 응답하라는 심보다. 상대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전화를 걸어 놓고 받지 않으면 또 뭐라고 한소리 한다. 대출 전화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관계 맺는 사람이 그렇게 굴면 정말 스트레스 받는다. 오죽하면 콜 포비아라는 말도 있다. 원래 연락은 소중하고 기쁜 사건이었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있고, 계속 함께하려고 한다는 징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참 당연한게 돼서, 상대의 성실도를 따지는 척도가 되었다. 그런데 소통은 나랑 하는 것이다. 그걸 돕는 도구의 반응을 통해 나의 의중을 헤아리는 건 정말 부당한 거다. 왜 연락 안 받았냐고? 그냥 못 받은 거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진짜 그 사람 전.. 더보기
#14 내가 말 할 차례를 기다리기. 대화는 탁구 같다. 기본적으로 핑퐁 게임이다. 주거니 받거니 오가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가 말하는 동안 내가 다음에 말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렇다. 서류 만지면서 전화하고, 청소하며 노래할 수 있다. 반면 들으면서 말할 수는 없다. 왜냐면 사람의 모든 말에는 순서와 논리가 있다. 논리가 필요한 주제가 아닌 경우에도 그렇다. 그래서 듣는다는 건 상대의 논리구조를 따라가주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내가 말할 때도 기본적인 논리 셋팅이 필요하다. 따라서 들으면서 말할 수 없다. 내 논리를 짜면서 상대의 논리를 따라가는 건 양립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상대가 말할때 말할 준비를 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말만 한다. 보고도 봤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의 청각 버전이다. .. 더보기
무제2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야 우물거리지 못할 이 없겠지만 본디 마르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 나는 사랑을 샘에 비유하곤 합니다 사랑이라는 말 너머 그만 익사할 만큼의 황홀이라면 나는 당신을 기억으로 지어 올립니다 처음은 일출과 같고 끝은 석양과 같던 당신을 그림자 저편에 숨어 못내 지켜보았습니다 인간의 5천 년 역사가 당신과의 점심 식사보다 못하여 칸트의 문장 앞에 쿡쿡 웃으며 크림리조또가 차려진 식탁에 앉았습니다 회상의 숲 속 맑은 샘과 같아 가뭄 없는 당신에게서 살아갈 이유를 알았고 삶의 양식을 배웠습니다 날마다 숲을 거닐다 샘에 들러 손으로 그릇을 빚고 흐르는 거울에 나를 띄워 봅니다 당신은 내 사랑의 기준이고 무너지지 않을 집이며 부단히 뜨고 지는 해와 같은 나의 오늘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