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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태도

#78 약속•데이트•만남에 모두 정성을 다하는 이유

@pixels, nicollazzi xiong

언제나 마지막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오랜만에 잡은 약속, 이 사람과 만나는 것도 이번이 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짓하고 떠나는 상대의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봐야 하는 건 공항이나 결혼식장에서만이 아님을 명심한다.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늘상 우리는 이별과 단절 그리고 관계의 죽음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마실 소주가 얼마나 되는지 셈해본 적이 있다. 한 달 평균 8병, 고로 일 년이면 96병, 삼십 년이면 2,880병이다. 물론 삼십 년 후에도 내가 건강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3,000병에 가까운 양이 많다고 느낀 내가 주목한 건, 일 년에 96병이라는 계산이다. 숫자가 훅 줄자, 소주 한 병 한 병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면 함께 술을 마시지 않는다.

 

같은 논리로 사람과의 약속도 헤아려보았다. 삼십 대를 걷고 있는 지금, 동기나 지인과의 약속은 6개월에 한 번꼴로 잡힌다. 그렇다면 내가 '참 만날 때마다 좋은' 이 사람과 만날 횟수는 일 년에 두 번, 십 년이면 20번이다. 20번, 그 마저도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꾸준히 한 해에 두 번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대략 우리가 십 년이라는 시간동안 열번 남짓 만난다고 생각하니 만나서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 이동 시간이 아까워졌다.

 

술을 계속 마실 수 있을 거라는 짐작,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착각은 술 한 잔과 말 한 마디를 가볍게 여기도록 한다. 반면 오늘의 이 시간이 엄연히 제한된 횟수와 숫자 속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하면, 그 무게는 달라진다. 가십거리를 쫓으며 술 잔과 우리의 대화를 채우고 싶지 않다. 만나는 장소와 동선 뿐만 아니라 좋은 대화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좋은 대화를 나누려면 평소의 내가 잘 지내야 함을 깨닫는다. 컨디션이 좋은 몸, 새로산 책에서 만난 좋은 구절, 산책을 하다 얻은 인사이트, 제목이 예쁜 시집, 양송이 수프가 맛있는 식당을 내 일상 속으로 끌어 안아야 한다. '언제나 죽음을 생각하라'는 고전의 목소리는 그래서 위대한 것 같다. 하루를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밝게 보여주니까.